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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뚫고 싸이킥>

 

우리 설화 중에 미륵과 석가의 꽃피우기 시합이 있다. 이 시합은 삼세판인데, 마지막에 '뜬눈'의 석가가 '감은눈'의 미륵 허벅지에 핀 생명꽃을 뽑아다가 자기 허벅지에 심으면서 이겨버린다. 사기에 의해 이 세상은 석가라는 축의 지혜로 다스려졌지만 결국 요모양 요꼴이 되어 다시 미르기가 내려온다는 것이 우리네 탈근대 스토리의 압권이다. "그래, 그럼 네가 다스려 봐." 알고도 속아주는 이 해학은 '감은눈' 안에 어둠만 꽉 차 있는 것도 아니고 내부의 빛으로 차오르는 '뜬눈'이 속꽃처럼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감은눈'과 '뜬눈' 사이에서 도사리고 피어나는 매력[魅力, 중간매개 없는 도깨비 같은 힘]적인 속꽃이 곧 생명꽃의 본래 정체이다.

 

권군 작가, 주재환 작가 2인전 <빛 뚫고 싸이킥>은 이처럼 '감은눈' 안에서 '뜬눈'을 환히 밝혀야만 즐길 수 있는 매력-도깨비의 작품들로 가득하다. 빛을 뚫겠다는 것은 눈을 비시시 뜬 헛똑똑이 석가처럼 생명꽃만 쏙 뽑아가는 미메시스적 보기를 넘어서겠다는 소리다. 비록 미욱하게 보이나, 미르기처럼 '감은눈' 안에서 내부섬광[entoptic]의 빛과 그 꼬물거리는 벌레, 즉 빛벌레, 추상기호, 생명신호 그리고 도깨비불과 유희가 그 속꽃의 '뜬눈'으로 봐야 비로소 포획된다는 소리다. 술 한 잔 걸치고 4분지 1 정도 눈뜬 상태로 동네 어귀에서 만난 절구공이라든지 긴 명아주 빗자루라든지가 도깨비로 보여서 밤새 씨름하듯이. 야곱이가 하늘의 사자인지 하늘신인지와 그럭하다가 환도뼈가 어긋나버리듯이. 혹은 잠들기 직전의 끼무룩해지는 히프나고기아[hypnagogia] 상태에서 싸이킥[psychic]은 우리가 교육된 빛의 시각 세계를 뚫고 그리고 그러한 하늘을 뚫고 아래로 높이 차올리는 킥이다. 골~~ 인~~ 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감은눈' 안에서 다시 '뜬눈'이 되어보는 이 드림타임 리얼리티[dreamtime reality]의 세계에 오신 것은 환영합니다.

​기획 및 서문: 김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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