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스카웃』은 조각이라는 매체의 역할을 고민하고 현재 이루어지는 다양한 조각적 시도들의 흐름을 가늠하기 위해 모인 프로젝트 그룹이다. 동시대 미술 안에서 3차원의 조각이 갖는 한계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해서 조각이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의미한 지점에 대해서 고민한다. 한번의 전시로 끝나는 단발성 프로젝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조각에 대한 이론과 현장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각스카웃』은 주어진 평평한 세계 속에서 3차원의 입체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조각은 세계 안에서 제 무게로 존재하고, 일정한 부피를 갖는다. 조각적 오브제가 가지는 본래의 표층 위에는 환경이라는 공간적 레이어가 더해지고, 이 둘의 상호작용은 하나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는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레이어 환경을 창출했고, 이에 따라 물리적인 형태를 이해하는 우리의 사고방식 자체가 전면적으로 전환되었다. 3차원의 사물이 마치 평평한 모니터 속의 이미지처럼 인식되기도 하고, 반대로 모니터 속의 평평한 이미지들은 자연스레 사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어찌보면 조각은 디지털 세계의 평평함과 정 반대의 흐름 안에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유연하게 움직이고 가변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미지에 반해서 쉽게 수정할 수도 없고 심지어 물리적 이동도 용이하지 않다. 그렇다면 『조각스카웃』의 '조각가'들은 입체라는 물리적 조건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사유하고 접근하고 있을까? 주어진 흐름에 따라가야 하는가? 저항해야 하는가? 그들은 각기 다른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조각을 다룬다. 조각의 본질적인 차원에 있어서 재료, 제작 과정, 수용자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기도 하고, 뉴미디어에 의해 재-창안된 환경 안에서 가능한 조각의 형식을 탐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각에 대한 앞선 질문에 있어 그들의 태도는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3차원으로 존재하는 조각적 덩어리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 양태를 띠고 있는 것일까?
반짝임, 낮의 태양-Body of love_아이클레이에 아크릴채색, 알루미늄_35×50×23cm_2017
권군은 3차원의 조각을 마주하는 태도와 방식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3차원의 입체라는 물리적인 조건에서 질량과 빛의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해 질문한다. 이는 현재라는 시간 안에서, 사물을 인식하는 것에 있어서의 다층적인 지각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일련의 작업들은 시각성과 촉각성을 동반하면서 주체로서의 그가 경험한 환경적 층위의 확장을 신체적인 조각적 체험을 통해 제시한다. 빛으로 만들어진 비물질적인 평면적 요소, 그리고 이에 따라 계속해서 변하는 형상이라는 조건들 안에서 조각이 과연 어떤 관계로 존재하는지 보여준다. 사물성에 대한 즉자적인 체험이라는 기존의 문법을 평면적 이미지와 입체적 조각의 끊임없는 관계성을 통해 변주하며 조각의 본질적인 의미를 반추한다.